구조, 계단 나무 온도
삶에 형태가 있다면
계단
교육, 수련, 신분.
인간의 삶에 수준이 있다면,
삶의 형상은 계단에 가까워집니다.
마주할 때면 커다란 벽이 되고.
벽을 딛고 오르면, 튼튼한 기반이 됩니다.
높은 곳에 도달할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오르지 않은 다른 산봉우리를 알아보게 됩니다.
그 과정이 고될 수 있습니다.
하늘은 올려보면 나아갈 길이 아득하고,
바닥은 내려보면 지나온 길이 아찔합니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감수하고 쌓아가는 삶.
삶의 기본적인 형태 중 하나는 계단입니다.
그러한 삶을 즐긴다는 것은.
아득함은 설렘으로, 아찔함은 뿌듯함으로.
압도하는 공포를 다음 걸음을 위한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단의 끝에서 다음 벽을 마주했을 때.
벽돌을 쌓아, 다음 사람을 위한 길을 터주고.
초심자에게 용기를 주는 선배가 되기를.
나무
나무의 가지와 뿌리는 닮아있습니다.
하늘로 뻗은 가지는 따듯한 태양과 부드러운 바람에서
지하로 내린 뿌리는 단단한 토양과 스며드는 수분에서
자신이 속한 곳에서 각자의 역할로 나무를 살게 합니다.
거대한 나무 안의 작은 세포가
생명체 안에서 작은 삶의 단위라면.
뿌리와 가지의 모든 분기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갈라진 가능성.
현재의 나, 미래의 나는 될 수 없지만,
어쩌면 과거 어느 순간에 나는 될 수 있었던.
내가 아니지만 나와 같았을지도 모르는 삶의 모음.
높고 낮은 수준의 차이보다는,
그저 다른 분기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인 관계.
우열의 차이보다는 적응한 환경이 달랐을 뿐인 관계.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같지 않은 것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를 구성하며 협력해야 살 수 있는 형태.
삶의 다른 형태는 나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온도
한류와 난류처럼 온도와 농도 차이로 섞이지 않는 물.
평균 온도를 측정하면 그냥 미지근한 물인 것처럼 나오지만,
섞이지 않는 뜨거움과 차가움이 나눠어 있는 상태.
서로 희석되더라도 상쇄되지 않는 양극단성.
어쩌면 섞인 듯, 섞이지 않은 것들이.
혼란과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삶의 모습입니다.